80일 동차합격

공인중개사 | 동차 합격 | 천*화 | 50대 | 자영업자 | 6개월 미만 | 인강 |

55세 영어 관광통역가이드입니다. 여행업계는 지금 코로나로 초토화됐지요. 그게 제가 공중사시험에 응시한 이유입니다. 프리랜서에게 일감이 없다는 것은 곧바로 실직이고 생계의 상실입니다. 암중모색 중 우연히 외국인들이 국내에 아파트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순간 스친 생각이 ‘이제 한국도 외국인들이 부동산을 탐낼 때가 됐지’였고, 어쩌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기대였습니다. 그래서 하염없이 놀고 있느니 한번 도전해보자고 결심하고 내친김에 대충 인터넷 검색해보고 해커스에 인강등록까지 마쳤습니다. 다소 충동적이었지요. 그날이 8월 9일입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다음날이 시험접수일이었네요. 바로 독서실도 시험 전날까지 결제하고 열공모드로 돌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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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소위 말하는 명문대 출신입니다. 그런 걸로 시비거는 사람들이 많아 미리 밝힙니다. 명문대출신이라서 머리가 좋아서 그렇겠지? 그럴 수도 있습니다. 또 학습방법이 효율적이었기에 명문대에 입학했을 수도 있고요. 어쨌거나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하는 친구들에게 학습방법도 물어보고 그러시지들 않았나요? 또 사시(지금은 없지요)하지 왜 이거 하냐, 감평사해라, 등등 비아냥거리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남의 인생에 감 놔라 배 놔라하는 분들까지 신경 쓸 겨를은 없고, 그냥 제 학습방법이 궁금하신 분들, 또는 참고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적습니다. 떨어지신 분들을 위한 배려를 하라는 사람들도 있는데 공사모가 공중사가 되기 위한 정보를 공유하는 곳인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성과를 올린 사실을 쉬쉬해야 한다는 데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글이 자랑글로 읽히시면 본인이 스스로 열등감에 싸인 것은 아닌지 자성해보시기 바랍니다. 서로 얼굴, 이름도 모르고 아무런 이득도 없는데 무얼 자랑하고 말고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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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공부를 시작하면서 유념했던 것은 딱 한 가지입니다. 객관식 절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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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과 무한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아등바등 한 문제라도 더 맞추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습니다. 과락 없이 평균점만 넘으면 되니 나만 잘하면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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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식, 즉 다섯 문장 중 하나는 답이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할 일은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중 하나를 골라낼 수 있는 능력만 기르면 된다는 것입니다. 이건 공부방법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팔만대장경을 새기는 정성으로 하나하나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것과 엉성한 그물을 짜는 것에 들이는 노력은 천양지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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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평균 70점을 목표로 잡았고 기본서를 버렸습니다. 시간적 제약도 있었지만 논문 쓸 것도 아닌데 왜 그런 두꺼운 책들을 봐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요약서와 출제경향문제집만 봤습니다. 요약서가 머릿속에 완벽하게 정리돼 있다고 상상해보십시오. 어디 70점뿐이겠습니까? 모든 과목을 거의 만점 받을 수 있습니다. 시험공부하면서 왜 학자처럼 공부하려 하십니까? 그게 실무를 위해 좋을 거라고요? 글쎄요. 제가 실무를 아직 모르니 자신은 없지만 살아온 경험상 시험과목과 실무에서 성공하는 것은 거의 상관이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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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는 개념강의(다른 학원에서는 어떻게 표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3-4월 강의를 말합니다)만 한 번씩 들었습니다. 강사를 선정하는 기준은 발음이 고속재생에 적합할 것, 쓸데없는 농담으로 시간을 빼앗지 않을 것, 딱 두 가지였습니다. 강사분들을 폄훼하자는 것이 아니고 애초 제가 강의에서 기대한 것은 얼개를 잡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스타강사라도 결국 책에 나온 얘기를 전달하는 것뿐이기 때문에 강의는 전체적으로 공부할 내용을 조망해본다는 정도에 의의를 뒀습니다. 1.6 내지 1.8배속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강의를 듣고, 요약서를 한 번 정독하고, 문제집을 풀었습니다. 반 이상 틀리더군요.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이제야 내가 해야 할 공부와 상견례를 마친 것이니까요.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출제경향을 파악하고, 나머지는 이제 그 과정에서 파악한 요점들을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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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전 과목을 한 번의 수강과 정독과 풀이로 마치는데 50일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하루 10시간씩 공부했습니다. 백수이다 보니 더 시간을 투자할 수도 있었지만 ‘지속 가능한’ 공부를 하자는 생각에 무리하지 않았습니다. 의욕만 앞서 초반에 전력질주하다보면 결국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 결승점 앞에서 쓰러지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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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열흘 정도 요약서 통독으로 보내고 나니 자신이 생기더군요. 이 부분,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것저것 산만하게 벌이면 안됩니다. 지루하더라도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렇지만 억지로 암기하려 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시험이 절대로 암기할 수 있는 양이 아니지요. 특히, 공법. 그 많은 숫자들을 머릿속에 집어넣으려면 성격파탄자가 될 것 같더군요. 그래서 재미없는 소설을 꾸역꾸역 읽듯 읽으며 눈도장을 찍어 두고 희미한 잔상으로라도 남으면 시험장에서 찍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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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요약집 통독이 좋은 이유는 절대적인 학습량을 채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눈은 입보다 빠릅니다. 강의를 수동적으로 듣는 것보다 주도적으로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주는 효과는 상당히 큽니다. 그리고 내 마음대로 페이스를 조절할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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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모의고사는 보지 않았고, 백선, 동형이 뭔지도 잘 모릅니다. 시험장에서 시간이 없다고 그러시는데 지문이 익숙하면 술술 읽힙니다. 그래서 굳이 모의고사에 응시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학원에서 제공하는 여러 가지 학습자료들은 오히려 혼란스럽습니다. 내가 정성껏 줄을 그어놓은 내 책을 버리고 왜 근거도 알 수 없는 발췌집에 눈길을 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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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험에서 확인했듯이 시험 경향이 점점 종합적인 이해도를 묻는 걸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단편적인 암기로 접근하면 몸도 괴로울뿐더러 성과도 적습니다. 그리고 이해를 하면 암기는 저절로 따라옵니다. 어질러진 방과 수납이 잘 된 방의 차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이걸 못하는 이유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 같은데 안 외워지고 그러니 발목 잡혀 지체하게 되지요. 과감하게 넘기세요. 나중에 또 보면 됩니다. 봐도 봐도 안 되면 틀리면 됩니다. 그 많은 암기코드들이 정말로 시험에 도움이 되던가요? 공부는 만족감을 위해 하는 게 아닙니다. 몇 개 외워서 꽉 찬 듯한 머리를 뿌듯하게 여기면 안됩니다. 시험은 우리에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절대로 다 외울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단어를 외워서 말하지 않습니다. 나는 외우고자 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나오는 겁니다. 그 비슷한 효과가 공부에서 가능하다면 훨씬 쉽게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민법을 제외하고 모든 과목 고르게 70점대를 받았습니다. 즉 제게 공법이나 중개사법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민법은 환급금 때문에 조금 더 읽어서 다행히도 85점 받았습니다. 300% 환급이니 용돈벌이까지 한 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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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옳으니 따르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사람마다 자기에게 맞는 학습법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미 거대한 산업이 되어버린 공중사 시험업계에서 천편일률적인 학습법을 답습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더 나은 방법을 없을까, 한 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저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불합격하신 분들께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