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95%

공인중개사 | 2차 합격 | 김*국 | 50대 | 자영업자 | 6개월 미만 | 인강 |

나는 경찰관으로서 27년간 근무를 하고 작년 12월 말에 정년퇴직을 하였다. 수사분야를 14년간 근무하였으니, 경찰생활의 절반을 형법과 형소법을 공부하며 살아왔다. 내 인생은 세상의 5%뿐인 형사법으로 우물 막을 치고 있었다.

공인중개사를 하고 있는 친구의 권유도 있었지만 그저 몇 달 앞둔 정년퇴직을 마냥 기다릴 수 만은 없어 심심풀이로 네이버에서 공인중개사를 검색하다가 해커스를 만났고, 작년 7월 말에 시험 100일을 앞두고 인강을 신청하였다. 3개월 만에 합격할 자신은 없어서 22년 합격 환급코스를 선택하였다. 세상의 95%를 배우는 시간이 시작되었다(공부해보고 나서 깨달음).

그러나 목표는 이번 시험 합격이었기에 시험후기 등을 읽어보면서 3개월 작전을 나름대로 짰다. 민법 80점, 부동산학개론 60점, 중개사법 80점, 공법 60점, 공시세법 60점 등이었다. 민법에 치중하는 것이 2차 시험에 도움이 된다는 것과 2차 시험 중 중개사법이 고득점 하기 좋은 과목이라는 것을 해커스 시험 후기와 교수님들의 조언 중에서 얻을 수 있었다.

대학때 공부했던 민법과 경제학을 어설프게 떠올리면서 민법과 부동산학개론을 공부하였는데 하루 10시간씩 투자를 해도 7주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갑자기 너무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 있었더니 급성치질로 입원(6일)하여 수술을 하는 급 우울한 사태?까지 발생하였다. 민법은 입문, 기본, 개념, 핵심까지 다 듣고 기본서를 3회독까지 하는데 5주 걸렸으며 모의고사는 3개 정도 풀어봤는데 모두 90점은 넘었다. 부동산학개론은 어차피 목표가 60점이었으므로 개념완성, 핵심 듣고 모의고사는 60점대였다.

이제 남은 시간은 5주, 2차 과목 4권의 기본서가 남아 있었다. 4과목 모두 입문은 제외하고 기본, 개념, 핵심까지 듣고 나니 그냥 4주가 지나갔다. 기본서를 읽어 볼 시간이 없었다. 남은 1주일 동안 6과목 전체에 대해 먼저 동형모의고사, 100선을 풀어보지도 못하고 강의부터 들었다. 이해되지 않은 질문과 해설이 많았다. 문제는 항상 먼저 풀어보고 왜 틀렸는지 확인하는 것이 정석인데 시간이 없다보니 무의미한 시간을 보낸 것이다. 시험당일 마음이 급하니 컨디션 관리도 되지 않아 밤을 새고 갔다. 그래도! 어쩌면! 그러나! 역시! 1차 합격한 것이라도 천운이라 생각하고 감사하게 여길지어다. 내가 평소 지론으로 펴고 있는 시험공부방법을 실천할 여유가 부족했다. 민법 67.5점 부동산학개론 60점, 아차했으면 1차도 떨어질뻔! 2차는 4문제 차이로 떨어졌는데 잠을 못자서 그런지 대충 풀고 시간이 남아 재검토하면서 고쳐 쓴 것, 4개가 모두 오답으로 정정했질 않나, 그러나 긴 인생에서 4주 공부로 4과목을 전혀 이해하지도 못한 채 합격했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 했다.

22년도 2차 시험준비는 1월부터 5월까지 주말에만 틈틈이 중개사법 5회독, 공법 2회독을 하고 개념완성강의를 한 번 들으면서 완전히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역시 기본서를 읽어야 강의 들은 내용이 자기 것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느꼈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고 기본서가 있을 뿐이다. 6월부터 9월까지는 사업으로 타지 출장이 많아 공부를 쉬었다. 10월 3일이 되었다. 공시법과 세법의 개념완성, 핵심을 듣고 기본서를 두 번 읽었다. 중개사법과 공법도 한 번씩 읽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책상에 앉아서 그런지 작년만큼 체력이 되질 않았다. 하루 5~6시간이면 힘들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작년에 10시간씩 했던 것은 큰 그림을 그리는 생각 없이 그냥 교수님의 입모양만 보고 있었던 것이라 10시간도 체력소모가 적었던 것이고 이번 공부는 앞뒤좌우 문맥을 머리 속에서 이해하면서 생각 있는 그림을 그리느라 에너지 소비가 컷던 모양이다. 마지막 동형모의고사와 100선도 미리 문제를 풀고 오답을 확인하고 틀린 문제만 동영상 강의에 집중하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반복학습했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공부가 완벽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합격은 자신하였으므로 시험 하루 전날은 아무 생각 없이 목욕탕 다녀오고 산책하고 드라마 보고 빨리 잠을 청하였다. 당일은 검정싸인펜 두 자루만 들고 시험장에 일찍 가서 눈을 감고 명상의 시간을 보냈다. 중개사법 85점, 공법 67.5점, 공시세법 70점, 평균 74.16. 점수가 생각보다 잘 나왔다고 본다. 나는 기본서를 읽으며 이해하려 했으며 암기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책을 보고는 남에게 설명할 줄 아는 수준, 책의 전반적인 흐름을 아는 수준의 공부를 한 것이다. 이런 공부가 10년 넘게 간다. 여러분 암기하지 마시라. 책의 흐름을 잡으시라. 꼭 기본서를 스스로 여러번 읽어보시라.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수록 정석으로 가시고 본인이 먼저 풀이를 해오지 않고 교수님 강의로 듣는 문제풀이는 시간낭비임을 명심하시길...

끝으로 해커스 교수님들, 특히 저와 같이 했던, 존경할 수밖에 없는 강의의 신이신 양기백 교수님, 한종민 교수님, 어준선 교수님, 황정선 교수님, 채희대 교수님, 신동우 교수님, 이종근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교수님들 덕분에 돈 벌었습니다. 우물 밖 95%세상에 즐겁게 도전하겠습니다.. 정말 진짜로 좋은 선생님들이시라서 나중에 꼭 소주 한잔 대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