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시길 바라면서

공인중개사 | 2차 합격 | 고*현 | 50대 | 자영업자 | 1 ~ 2년 | 인강 |

지난해 1차, 올해 2차 합격한 50대 초반 자영업자입니다. 

(참고로 제 성적은 민법 85, 학개론 80, 중개사법 82.5, 공법 70, 공시법 77.5입니다.)

합격비법 같은 것은 잘 모르겠지만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며 몇 자 적어봅니다. 

제가 시험 준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습니다.

노후를 걱정하던 아내의 한 마디 권유로 정말 아무 생각없이 시작했습니다. 

여러 카페에서 다양한 합격비법, 합격수기 등을 찾다보니 3~6개월 동차로 합격한 수기들이 눈에 들어왔고

저도 1년만 동차로 준비하면 충분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말도 안되는...^^)

그리고 합격하신 분들의 평이 제일 괜찮았던 해커스라는 곳을 알게 되었고 며칠 고민 끝에 과감히 결제했습니다. 

(합격하면 수강료를 환급해준다는 사실도 한 몫을 했고요.)

생업과 병행을 해야 했기에 인강을 선택했고 과목별 교수님 선택은 합격자 분들이 추천해준 목록을 참고했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첫 민법 수업! 그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분명 한국어로 강의하시고 내용도 그렇게 어렵다고 느껴지지 않았는데 몇 번을 반복해서 들어도 이해가 안되는 신기한 경험!!! 

그리고 수업 중 중요하다고 빨간색 별 표시로 엄청 강조한 부분인데 

며칠 지나서 다시 보면 ‘내가 이걸 표시했다고???’하고 의심하게 되는 치매 초기증상까지!!! 

이게 바로 공인중개사 시험 과목의 특성인 것 같습니다.

초기에는 제가 ‘법’이라는 과목을 처음 접해서 그런 거라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거라 생각했지만 

몇 달이 지났는데도 똑같은 상황이었고 이런 과목이 무려 5과목이라고 생각하니까 

동차는 커녕 1차 시험도 합격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어렵사리 법 조문들을 숙지했다 싶으면 어김없이 튀어나오는 예외 조항과 수많은 판례들!!! 

이건 그냥 헬(Hell)입니다.

솔직히 인강들으면서 진짜 성질낸 기억 밖에 없습니다.

공인중개사가 무슨 법조인도 아니고 이런 것까지 과연 알아야 되는가 하는 절망감에 빠지면서 말이죠. 

그런데 시험은 이런 예외 조항과 판례들이 자주 출제된다는 게 더 어이가 없었죠.

제가 조언드리고 싶은 것은 저처럼 불평만하다가 방황하기보다는 그냥 빨리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합격의 지름길이라는 겁니다. 

그냥 ‘이 시험은 이런 거구나'하고 말입니다. 마인드만 바꿔도 여유가 생길 겁니다. 

그리고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반복 학습’입니다. 

처음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반복하는 게 뭐가 어렵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수업을 듣다보면 교수님들이 강조하시는 부분들이 있는데

‘이 부분은 기출되었니까 체크’,

‘이 부분은 최근 2~3년동안 반복 출제되고 있니까 체크’,

‘이 부분은 출제가 아직 안되었지만 내(교수님)가 생각할 때 중요한 내용이니까 체크’

이런 식으로 핵심을 체크하다보면 1회독이 끝날 무렵 각 과목마다 체크되어있는 그 방대한 양에 멘탈이 무너집니다. 

5~6월이 되면 카페에 자주 올라오는 질문들 중 하나가 ‘핵심요약서만 봐도 되는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기본서에 체크되어 있는 그 양을 보면 반복하기에 앞서 질려버리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양이 적어보이는 핵심요약서에 희망을 걸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제가 판단할 때 기본서 내용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역량이 없으면 핵심요약서에 압축된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더 큰 문제는 휘발성이 매우 강해서 무턱대고 외우면 그 당시에는 답이 보이겠지만

며칠만 지나도 외운 내용을 기억하기는 커녕 '배운 적이 있었나?' 할 정도의 생소한 느낌까지 종종 받습니다.

저도 6~7월쯤에 기본서를 포기하고 핵심요약서만 달달 외우면 되겠다고 판단한 적이 있었는데

한 달정도 나름 열심히 암기하고 기출문제를 풀어본 결과 소나기를 맞은 적이 있습니다.

감히 말씀드리지만 최소한 6월까지는 기본서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준의 실력을 키우는데 주력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반복 학습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지겹고 힘든 여정이 되겠지만 그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8~9월, 핵심요약서를 다독할 때쯤 저절로 암기가 되는 마법같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본인의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해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고민 끝에 2022년 7월 쯤에 1차만 도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선택이 저에게는 신의 한 수였다고 확신합니다. 

1차를 준비할 때 민법의 방대한 양 때문에 힘들어하는 글들이 게시판에 많이 올라오는데 저도 똑같은 심정이었습니다. 

민법만 해도 벅찬데 복잡한 계산문제까지 풀어야 하는 학개론까지…

80문제를 90분(마킹하고 확인하는데 10분 이상 소요됩니다) 안에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 당시에는 이건 말이 안되는 시험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2차 시험을 준비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1차를 높은 산에 비유하자면 2차는 그냥 에베레스트입니다. 

공무원조차 법령을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은 물론 민법의 양을 훨씬 능가하는 공법,

도가 지나치다고 느낄 정도의 말 장난이 심한 중개사법,

세무사 시험에 버금가는 난이도로 해마다 어려워지는 세법,

민법의 탄탄한 베이스 없이는 이해가 좀처럼 어려운 공시법까지… 

만약 제가 동차를 끝까지 고집했더라면 아마 내년에도 여전히 수험준비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동차로 합격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그분들은 진짜 탁월한 능력자 혹은 정말 독하게 공부한 분일겁니다.

어떻게 합격했다는 남의 말은 진짜 참고만 하시고 

본인이 처해있는 상황, 이해능력 수준, 할애할 수 있는 공부시간 등을 냉철하게 분석하셔서 

본인에게 제일 적합한 전략을 세우고 실천하시길 조언드립니다.

일례로 저는 매일 3~4시간씩 업로드되는 인강을 다 듣는 것조차 벅찼습니다. 

일이 바빠서, 약속으로, 갑작스런 경조사 때문에… 정말 수많은 핑계거리가 생깁니다.

때문에 주말에 몰아서 8~10시간씩 들었지만 한계가 있었고 

그 상태에서 매일 매일 업로드되는  인강들을 보고 있으면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빠른 배속으로 들으면 해결될까 싶어 1.5배, 심지어 2배속으로 들어봤지만 그것도 교수님의 발음이 좋아야 가능한 일이고 

처음 들어보는 어려운 내용을 빠른 배속으로 듣다보니 이해는 커녕 잠만 쏟아지기 일수였습니다.

특히 중요한 내용과 아닌 부분을 구분하는 게 중요한데 빠른 배속으로 들으면 그 판단이 어려웠습니다. 

때문에 교수님별로 제일 적절한 배속을 찾아내는 데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1.3배 속도가 한계더라고요.)

이런 상황을 참고하셔서 기본 강의때부터 훈련을 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저는 마음이 심란할 때면 카페에 올라온 글들을 보며 위로를 받곤 했는데

정말 공감이 가는 말이 ‘이 시험은 원수한테 추천하고 싶은 시험’이라는 글귀였습니다.

그만큼 결코 만만치 않은 시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해커스의 커리큘럼과 교수님들을 믿고 묵묵히 따라가다보면 합격의 문을 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끝으로 꼭 당부드릴 말은 공부하시는 틈틈이 공부체력을 키우라는 겁니다.

시험에 가까워지는 9~10월쯤이면 하루 10시간 넘게 책상에 앉아서 집중해야 하는데 

젊은 분들조차 목 결림과 허리통증, 엉덩이 통증으로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습니다. 

참고로 저는 무조건 걸었습니다. 주로 도서관과 스터디카페에서 학습했는데 

1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가는 동안에 전날 암기할 내용을 폰에 찍어뒀다가 계속 외우면서 걸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2년 내내 걷다보니 체력도 좋아지고 어려운 내용들이 결국에는 외워지더라고요.

‘중년의 수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힘들고 외로운 시험이기에 사소한 것까지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두서없는 글이지만 제가 2년 동안 겪었던 시행착오 중에서 꼭 알려드리고 싶었던 내용이니까 참고를 하셔서 

내년 시험에 꼭 합격하시길 바랍니다.

2년 내내 도움주신 해커스와 교수님들께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의 건승을 빕니다~~~

참고로 제가 선택한 과목별 교수님은 

민법 - 채희대 교수님

내년부터 다시 해커스 강의를 하시는 것 같은데 저에게는 단연코 최고였습니다.

조용조용한 목소리지만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핵심을 콕콕 짚어주시고 

수강생들이 잘 모른다고 판단하시면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친절하게 무한 반복해주십니다. 

부동산학개론 - 신관식 교수님

처음에는 교수님의 진가를 알기 어렵습니다.

수업하는 방식, 필기하는 방식도 두괄식으로 진행하셔서 어리둥절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반복횟수가 늘어갈수록 그냥 감탄사만 나옵니다.

특히 막판에 반드시 출제된다고 찍어주시는 신들린 찍기 신공은 느껴본 사람은 다 공감할 겁니다.

중개사법 정지웅 교수님

독특한 암기법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내년부터는 해커스에서 강의를 안하시는 것 같아 패스하겠습니다.

공법 어준선 교수님

제일 고민했던 과목이 바로 공법입니다.

입문 강의부터 여러 공법 교수님들 강의를 들어보다가 기본기부터 확실하게 잡아주시는 수업방식에 빠져서

나름 확신을 가지고 선택한 교수님입니다.

진짜 시험에 나올 만한 건 전부 짚어주시고 패스할 건 과감히 빼주십니다.

공시법 - 양기백 교수님

엄청난 내공의 소유자라고 느껴지는 교수님입니다.

처음에는 발음이 잘 안들려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한 가지 사례로 지적법, 등기법 전체를 꿰어가는 수업방식 덕분에 공시법 체계를 잘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교수님이 집필한 핵심요약서로 진행되는 수업을 들어보면 기출문제가 술술 풀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세법 - 전훈 교수님

어렵던 세법을 쉽게 강의해주신 고마운 교수님이신데 

몸이 편찮으셔서 문제풀이 과정부터 못뵈었습니다.

내년에는 강의가 없으신 것 같네요. 부디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강성규 교수님의 2장 세법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