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돼요

공인중개사 | 2차 합격 | 조*주 | 30대 | 직장인 | 6개월 ~ 1년 | 인강 |

 대부분의 수험생이 그러하듯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을 목표로 한 순간부터 제일 먼저 한 일은 합격 수기를 읽는 것이었습니다. 합격생들이 생생하게 증언하는 치열했던 수험 과정과 여지 없이 "기-승-전-합격" 이라는 명예로운 전리품 같은 글을 읽으며 더 늦기 전에 나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생겼고, 대강의 수험 계획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어느덧 합격생의 입장이 되어 합격수기를 남기는 지금,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도전과 용기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수험생활 동안 느낀 것들을 진솔하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1차 준비-

 2020년 7월 1일 온라인 강의 수강.

 복직을 두 달 앞두고 휴직기간을 돌아보니 별로 해놓은 것도 없이 시간만 지나가버려 너무 아쉬웠어요.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남편이 신청한 해커스공인중개사 입문서가 택배로 도착했습니다. 대학생 시절, 어학 공부를 할 때 해커스 교재를 이용했는데 15년 만에 다시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해커스에서 공인중개사 과목도 강의하나 싶어 놀랍기도 했네요.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남편이 한번씩 강의 들을 때 오며가며 귀동냥 하다 보니 어머, 이게 재미있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남편의 큰 그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1. 부동산학개론 (신관식 교수님) -65점

 부동산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경제학 개념도 없던 저였는데, 신관식 교수님이 들려주시는 학개론 이야기는 입문자가 듣기에도 어렵지 않았고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매 수업 전 수강생에게 허리를 굽혀 깍듯하게 인사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생각나네요. 수업 시간에 질문을 자주 하셨는데, 답변을 생각하고 있을 때면 느닷없이 “아, 니가 그렇다며~”하고 답하시는 교수님 때문에 초반에는 조금 당황스러웠는데 8월 중순부터는 “아, 교수님이 그렇다면서요~”하고 답하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저도 몰랐는데 저에게는 온라인 강의를 현장 강의처럼 듣는 재능이 있더군요. 가끔... 사실 자주 틀린 답을 큰소리로 답해 남편과 아이의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제 합격의 8할은 여기에 있었다고 봅니다. 소리 내어 읽어라 하시면 읽었고, 질문하시면 대답했고, 외워라 하시면 외웠고, 버려라 하시면 버렸습니다. 탄덜비더! 공탄발! 교수님 질문에 ‘숨도 쉬지 않고 답하며’ 두달을 보냈네요. 금융론부터는 거의 못 본채로 복직을 했는데 감사하게도 1차에 합격하였어요.

2. 민법 (채희대 교수님) -82.5점

 민법은 채희대 교수님께 배웠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작년에 1차 합격한 후에도 올해 여름까지 잠들기 전에는 민법 강의를 들으면서 잤어요. (수면제 같아서 그런거 아니구요, 일일 드라마 보는 기분으로 들었습니다ㅎㅎㅎ)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갑을병정의 소설 같은 이야기, 사랑과 전쟁에서 본 듯한 첩계약과 약혼예물 판례, 평생 계약 시리즈 등 헐~ 대박~ 을 남발하며 재미있게 들었네요. 가끔은 폭탄돌리기의 피해자처럼 느껴지는 병의 후일담이 궁금하기도 했고, 상식과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스러운 판결에 나의 일처럼 열받기도 했지만 ‘궁금한걸 못 참는 그 성격을 바꾸라’는 교수님의 말씀을 새기며 두 달을 꾹참고 시험에 나올 것만 공부한 덕에 80점을 받을 수 있었어요.

-2차 준비-

 1차 합격 후 느긋한 마음으로 기본 강의만 가끔씩 들으며 여유 있는 봄을 보냈습니다. 7월부터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2차 준비에 들어갔어요. 1차 때는 두달밖에 시간이 없어 입문 강의를 조금 들은 후 바로 ‘기본-핵심’강의만 듣고 시험을 봤는데, 2차는 조금 여유가 있어 과목별로 교수님들 강의를 비교하며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수강했던 각 교수님별 특징과 그로인해 얻은 효과 위주로 서술해보겠습니다.

1. 공법 (어준선 교수님, 김용철 교수님) -65점

 처음 어준선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을 때 내가 알던 그 공법이 맞나 싶었어요. 외계어같던 공법이 처음으로 들리고, 이해가 되고,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했으니 진짜 놀라웠습니다. 9월의 어느 날, 주력과목이 뭐냐고 묻는 남편에게 자랑을 실컷 하고는 자신만만하게 문제를 풀었는데 점수를 보면서 나의 공법 사랑은 짜게 식어버렸습니다. 이때 깨달은 것은 공부한 내용이 이해가 된다고 해서 점수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암기가 꼭 필요하더라고요. 암기는 이해되는 그 순간에 미루지 않고 하는 게 좋고, 빨리 할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과락인 점수를 보면서 과감히 정비법과 도시개발법을 버리기로 결단했습니다. 그리고 자신 있는 국계법과 주택법, 건축법을 달달달 외웠어요. 그 결과 국계법은 12문제를 다 맞혔고, 주택법 6문제, 건축법 5문제를 맞힐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암기할 때 도움을 받은건 김용철 교수님의 암기코드입니다. 더러는 기발한 코드도 있고, 더러는 단순 두문자도 있지만 수업때마다 반복해서 굴려주시는 덕분에 시험장에서도 답 고르기 수월했습니다. 그렇다해도 이해가 안되면 암기코드 외우는게 너무 힘들었을텐데 어준선 교수님의 강의로 기본기를 잡은 게 암기할때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 공인중개사법 (황정선 교수님, 정지웅 교수님 ) - 87.5점

 황정선 교수님은 언제 뵈어도 참 젠틀하세요. 작년에 겁도 없이 동차에 도전하면서 황정선 교수님의 기본개념 강의를 들었습니다. 공법의 공포에 덜덜 떨다가도 중개사법 시간이 되면 마음 편히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어요. 중개사법에도 판례가 많이 나오는데, 교수님이 들려주시는 판례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진진하더라고요. 중개사법이 다른 2차 과목에 비해 부담이 없다고 느꼈던건 황정선 교수님 기본 강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정지웅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며 수험대비를 했어요. 중개사법도 외워야 할 양이 상당한데, 저는 공법에서 도시개발법과 정비법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과락만 면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중개사법에서 상당 점수를 커버해야 할 상황이라 정지웅 교수님 강의를 선택해 들었습니다. 정지웅 교수님의 강의는 9할이 암기에요. 여러 가지 버전의 송(song)이 나오는데 테마별로 따라서 부르다보면 그러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암기가 됩니다. 개공의 절등취 사유인 “해결거~~양이지최!!”는 지금 불러도 너무 슬퍼 눈물이 나네요.

 그리고 100선과 동형모의고사는 두 교수님 강의를 모두 들었습니다. 특히 황정선 교수님의 꼼꼼한 문제풀이와 함정을 짚어주시는 강의는 실제 시험 현장에서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사실 모의고사 문제 풀면서 점수가 생각처럼 잘 나오지 않아 속도 상했는데, 그 덕분에 제가 부족한 부분을 정확하게 알 수 있었고 약점 대비가 가능했습니다. 올해 중개사법이 많이 어려웠다고 하는데 두 교수님 덕분에 87.5점으로 공인중개사 전 과목 중 최고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3. 공시세법 (공시법-양기백 교수님, 세법-강성규 교수님) - 85점

 개인적으로 막판까지 제일 혼돈의 카오스였던 과목이 공시법이었어요. 제게는 공시법이 공법만큼이나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지적법은 달달 외워보면 어떻게 해결이 되겠는데, 등기법은 진짜 너무 어렵더라고요. ‘등기부의 부속서류’, ‘등기부와 부속서류’가 나오는 부분부터는 거의 멘탈이 탈탈 털려 도무지 암기도 안 되고, 이해는 당연히 안 되고.. 너무나 죄송한 말씀이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실은 8월 말부터 해커스가 아닌 다른 공인중개사 사이트에서 유명하다는 모 교수님의 등기법 강의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강의는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도무지 이해가 안 갔던 부분도 빠르게 이해가 되고, 그러자 양기백 교수님께서 수업때 하셨던 말씀들도 비로소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잠깐의 외도를 마치고 다시 해커스로 돌아와 양기백 교수님의 동형모의고사와 100선을 들었습니다. 그때는 이게 무슨 짓인가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이렇게 했던 게 신의 한수였다 싶어요.

 이번 시험에서 공시법 때문에 망쳤다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지금부터 엄청난 비밀을 말씀드릴게요. 시험장에서 문제지를 편 순간 양기백 교수님의 100선과 동모에서 풀었던 문제가 저를 보며 웃고 있더라고요. 한달정도 타 사이트에서 재미있게 들었던 유명한 모 교수님이 강조하신 부분은 별로 출제되지 않았고, 양기백 교수님이 계속 반복, 반복, 반복해주셨던 문제들이 거짓말처럼 손 흔들고 있었어요. 시험 당일 타 사이트 게시판은 난리가 났습니다. ‘등기법 기본강의부터 심화까지 다 들었는데 4문제 맞혔다.’, ‘뒤통수 씨게 후려친 등기법 시험에서 그나마 모 교수님 덕분에 이거라도 맞은 것 같다.’, ‘다 찍고 나왔는데 이럴거면 등기법 공부 왜 했나 모르겠다.’ 줄줄이 이어지는 성토 글을 읽으며 총 24개의 등기법 문제 중 20개를 맞힌 저는 조용히 기도했습니다. 잠시나마 교수님의 실력을 의심했던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소서! 무지랭이같은 제 잘못을 뉘우치며 양기백 교수님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봅니다.

 강성규 교수님은 세법이라는 과목과는 다소 거리가 있게 느껴지는 낭만파 교수님이세요. 강의 중간 중간 들려주시는 시라든지 강의 후 수험생들에게 전하시는 메시지는 흡사 문학 수업이 아닌가 헷갈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 덕분에 지루한 수험생활 짬짬이 쉬어갈 수 있었습니다. 스토리텔링처럼 자연스럽게 암기되는 취득세 과세대상과 취득세율은 오랫동안 잊지않고 기억날 것 같아요. ‘부등호! 부등호! 주택이 클때만 전부 주택!’, ‘쿵쿵따 쿵쿵따 쿵쿵따리 쿵쿵따! 취득세 재산세 면적비례 주거만!’ 헷갈리는 겸용주택도 노래를 따라 부르며 쉽게 외울 수 있었고요. 교수님 덕분에 즐겁게 공부하면서 16개 문제 중 14개를 맞히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딱히 비법이랄지, 묘수랄건 없네요. 그냥 교수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따라갔고, 힘들어도 중도 하차하지 않고 버틴거 정도가 제가 한 일이네요.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과목별 두 분 교수님의 강의를 같이 들으며 다양한 어투와 글투를 접한 것도 시험 당일 지문을 읽는데 덜 당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수기를 읽다보면 애기를 둘, 셋씩 키우면서 준비하신 다둥이 맘들, 직장생활 하면서 새벽 2-3시까지 공부하며 준비하신 분들이 꽤 많던데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그분들에 비하면 저는 고생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제 나름대로는 정말 허리가 두동강이 날 것 같은 고통을 참으며 공부를 했습니다. 개월수로만 따지면 1,2차 합격까지 총 8개월 정도가 걸린 것 같은데, 대신 아침에 아이 등교한 후부터 저녁에 학원 수업 마치고 집에 오는 시간까지 하루 10시간 정도를 내리 식탁에 앉아 공부만 했습니다. 간단한 식사 준비와 설거지, 청소하는 시간이 유일하게 제가 허리를 펴고 서는 시간이었고, 그 외의 하루 대부분의 시간은 식탁과 한몸처럼 생활했고 그렇게 8개월이 지나니 목과 허리 통증이 상당하더라고요. 누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면허증에 비교합니까? 누가 반년만 공부해도 거저 따는 자격증이라 했나요? 이 공부를 해본 사람은 절대 쉽게 딸 수 있는 자격증이 아니라는 거, 만만히 보고 어설프게 도전할 시험이 아니라는 거 아실 거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못할 것도 아닙니다. 하니까 되더라고요. 교수님들을 믿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는 그 시간만큼은 후회 없이 공부해보시길 바랄게요.

 중개사시험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 내년에는 꼭 여러분께서 합격 수기를 쓰시길 바라며 그동안 애써주신 모든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