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초시 동차, 해커스. 될 일은 된다!

공인중개사 | 동차 합격 | 고*지 | 30대 | 퇴직자 | 6개월 미만 | 인강 |

1. 프롤로그: 서른 아홉, 위기는 왜 한 번에 오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마흔 살을 한 달 앞두고 서른 아홉 사춘기를 쎄게(!) 겪은 프리타입니다. 작년까지는 서비스업종, 출판업, 교육업 등에 종사했습니다. 공인중개사는 생각지도 못하고 소위 말하는 ‘재테크’에도 까막눈으로 살아왔습니다. 법이나 경제 과목에도 무관심을 넘어 무지했죠.

2020년 하반기, 코로나로 인해 다니던 회사에서 권고 사직을 권유 받았습니다. 다행히 지인 소개로 바로 재취업에 성공했지만, 여기서도 한 달 만에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3개월 사이에 두 군데의 일터에서 잘려 나가니 멘탈이 바사삭 가루가 되어 날리더군요.

그러다 지인에게서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중개업이 너와 잘 어울릴 것이며, 충분히 합격 가능할 것이라고 격려해 주면서요.

곧바로 서점에 나가 기본서와 핵심요약집을 검토한 후에,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7월 중순부터 요약집을 읽기 시작했어요.

2. 학습 체계: 3개월, 60점, 해커스

Goal setting

이번 시험을 준비하면서 학습 목표를 간단하게 설정하였습니다. 주어진 시간과 얻어야 하는 점수, 과목대비 난이도 등을 따져 보고 학습 체계를 잡았습니다.

a. 학습 시간 : 3개월

당초 1차를 생각하였으나, 1-2차간 과목 연계가 상당 부분 있어 동차를 선택하였습니다. 단기간에 동차 합격해야 했으므로 실학습시간을 매일 7-8시간 이상으로 설정하였습니다.

b. 학습 과정 : 개념 충실, 기출 분석, 요약집 다회독

3개월이라는 시간을 짧다면 짧지만, 회독과 기출을 분석하기에 적은 시간도 아니었습니다.많은 시간을 두고 질질 끌기보다 빠르고 압축된 과정으로 한 번에 몰아치듯 완성하고 끝내는 것을 선호하는 성향에도 맞았습니다.

3개월 동안 학습 흐름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인강 : 해커스 기본이론-핵심이론-추후 부족한 부분 기본이론 재수강

교재 : 해커스 핵심요약집-기출문제집-출제예상문제집-합격팩 100제

회독 순서 :

1회독 – 기본이론: 1차 학개론+2차 공법/세법 -> 1차 민법+2차 중개사법/등기법 각 2주

2회독 – 핵심이론: 1차 학개론+2차 공법/세법 -> 1차 민법+2차 중개사법/등기법 각 1주

3회독 – 기출문제집: 문제 풀고 오답 체크 / 위와 같은 과목 배분으로 1주 완성

4회독 – 기출문제집: 답치기 방식으로 변경 / 위와 같은 과목 배분으로 1주 완성

5회독 – 출제예상문제집: 각 과목별 취약 파트 중심으로 홀수 번호 -> 짝수 번호 풀기

슬럼프 – 약 3-4주간 공백. 학습에 손 대지 않음.

6회독 – 모든 인강 내려놓고 해커스 합격팩 100제 풀이

c. 목표 점수 : 평균 60점

1차의 경우에는 학개론이 고등교육과정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었고, 세상사를 다루는 민법이 어느정도 성향에 맞았습니다. 문제는 2차였는데요. 후술하겠지만 한 달 간 공부를 놓아서, 막판에는 암기할 시간이 없었어요.

평균 60만 넘기면 되는 시험이었기에, 중개사법과 공시법 중 지적법에 시간을 더 투자했습니다. 공법은 딱 절반만 넘기기로 하니 단원간 취사선택이 가능했습니다. 세법은 강의가 재미있고 왜 그런지 낯설지 않아 전체 흐름을 머릿속에 넣고, 세세한 사항까지 암기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3. 슬럼프: 위기가 없으면 성공담이 아니지

9월이 되었을 때, 큰 슬럼프가 찾아왔습니다. 목디스크 증상과 두통이 심해서 책상 앞에 전혀 앉을 수가 없었습니다. 치료를 위해 집에서 잠시 서울로 이동하여 3주간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몸에서 통증이 심하니, 마음에도 우울과 불안함이 찾아왔습니다. 지금까지 한 노력이 헛된 것이 될까 두려웠고, 동시에 이대로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몸을 상해가면서까지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해야 하는가, 무엇이 삶에서 우선인가 하는 질문이 따라왔어요. 시험을 준비하는 다른 분들이라면 여러 특강과 100제, 모의고사로 한창 달릴 시기에 침대에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하니 마음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나중엔 눈까지 시리고 아파 책을 펼 수조차 없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울기도 많이 울었고, 자책도 했어요.

그렇게 한 달 가까이 아무것도 못하고 동시에 안하고 보냈습니다.

4. 마무리: 마지막에 웃는 자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자가 승자

10월에 접어들면서, 자신과 마주하고 물어보았습니다.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를요. 3주 이상 쉰 터리 개념도 많이 잊은 상태였고, 공부 흐름을 놓치니 시험 준비를 중단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어요.

그래도 한 번 시작한 거, 잘 보든 못 보든 끝을 내자고 결론짓고, 해커스 합격팩에 있는 100선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100제 강의와 동형 모의고사, 온오프라인 모의고사는 꿈도 못 꾸었습니다. 그저 100제를 풀면서 머릿속을 깨우고, 핵심 개념을 다시 잡으려 애썼습니다.

결국 시험 전날까지 100제를 완전히 풀지 못했구요, 모의고사도 전혀 손대지 않은 채 갔어요. 하지만 핵심 개념과 전체 흐름을 자주 꺼내어 입으로 직접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해하려 했습니다. 제가 스스로 선생님이 되어 어떠한 개념이 왜 그런지, 어떤 흐름으로 이어지는지, 타 단원과 어떻게 연계가 되는지 가르쳤어요.

5. 강의 교수님 추천: 제자가 준비되면 스승은 찾아온다

학개론 : 강양구 교수님

정말 ‘스마트’하게 철저히 ‘시험 준비’를 하는 교수님 강의 스타일이 저와 찰떡이었습니다. 설명이 길어지는 걸 싫어하고 딱 나올 것만 압축하여 전달하는 방식으로 명료하게 학개론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목차와 뼈대에 키워드로 살을 붙이는 강의로 분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느낌이었습니다. 강양구 교수님의 ‘숲보기’ 한 권으로 시험장까지 갔어요. 키워드와 핵심만 딱딱 집어 간단명료하게 요약하면서, 긴장감을 늦추지 않도록 진도도 주욱 빼 주셔서 박진감이 넘쳤습니다. 강양구 교수님은 학개론의 바이블입니다-

민법 : 이종근 교수님

민법의 전체 흐름과 체계를 잡은 후, 각 장이 어떻게 연계되어 문제에 녹아드는지 설명하는 수업 방식이 너무나 명쾌하고 재미났습니다. 목차와 흐름, 체계를 중시하는 방식도 저와 잘 맞았고, 1회독 강의할 때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가 2회독에 접어서자마자 방대하게 펼쳐 놓았던 민법이 압축 파일을 만드는 것처럼 머릿속에 들어오더라구요. 평면으로 펼쳐 둔 개념이 입체적으로 구조화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체계도 특강과 절대반지는 이종근 교수님의 시그니처였습니다.

공법 : 어준선 교수님

멘탈 무너뜨리는 데 치트키 같은 공법을 어준선 교수님과 학습할 수 있어서 큰 행운이었습니다. 어준선 교수님도 매 수업 시작시에 지난 시간 배운 부분을 목차로 복습하고, 이번 시간 배울 내용을 목차로 미리 써서 보여주셔서 좋았습니다. 민개공 세 교수님이 공통적으로 목차에서 시작하는 학습법을 강조하고, 이를 강의에 충실히 반영해 주어서 과목 간 이질감을 느끼기보다 ‘다양한 과목을 같은 교수법’으로 배우는 느낌이었어요. 어교수님 판서는 그대로 노트 필기에 적용해서 나중에는 판서한 목차에 살만 붙이면 저만의 요약 정리 노트가 자동 완성되더라구요. 늘어지는 강의와는 맞지 않는 제게 1.5배속으로 이어지는 교수님의 타이트한 강의는 그저 빛-

시험의 핵심인 민개공 교수님 세 분의 강의 스타일이 저와는 꿀케미 그 자체였어요.

중개사법 : 정지웅 교수님

아아, 정지웅 교수님은 사랑입니다. 공인중개사 인강계의 참 예능인이십니다. 1.8배속으로 들었는데 판례까지 자세히 설명해 주셨고, 안 다루는 부분이 없는데 진도는 죽죽 빼 주셔서 정말 스피디한 것을 좋아하는 저와 잘 맞았습니다. 가녀린(!) 목소리로 불러 주시는 암기 코드는 어떻구요! 이어폰 끼고 카페에서 공부하다가 웃음이 터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카페에서 매 강의마다 웃참 챌린지 하느라 혼났습니다. 암기코드는 시험장에서 귀에 들리더라구요. 시험 끝나고 난 후에도 가끔씩 교수님 음성 지원이 되어 혼났습니다.

공시법 : 홍승한 교수님

다른 과목 교수님들 틈에서 초긴장하고 있다가, 이상하게 공시법 강의를 들으면 이완하게 되었어요. 말투가 느리기도 하면서 온화하셨고, 특유의 ’아이, 왜 그래~’ 하는 화법이 친근했구요. 강의도 빈출 부분을 단계로 나누어서 초빈출, 빈출, 가끔 나오는 것으로 구분해 주셔서 막판 일주일 ‘버릴 것은 버리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등기법 후반 파트는 강의만 한 번 듣고 시험장 들어갔는데요. 그래도 될 정도로 ppt 자료와 요약집을 잘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법 : 신동우-강성규 교수님

세법은 신동우/강성규 교수님께 기본이론과 핵심이론 잠깐씩 도움받았고, 강성규 교수님의 마지막 총정리 자료가 흐름을 잡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6. 과목별 중점

학개론은 나올 키워드만 공부했어요. 경제론-투자론-금융론-감평론에 중점을 두고, 나머지는 기출 문제를 풀면서 훑었습니다. 강양구 교수님 기본 이론만 충실히 들어도 70점대 할 수 있습니다! 계산 문제 포기하지 마세요. 열 문제 중 다섯 문제는 충분히 잡을 수 있습니다. 계산 문제는 민법 마킹까지 끝내고 진행했습니다. 버릴 문제는 확실히 버렸구요.

민법은 총론-물권법-계약법-민사특별법을 따로 펼쳐놓고 공부하지 않고, 사례 안에서 단원간 어떻게 연계되는지를 기억하며 분량을 압축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단원간 비교가 필요한 사항은 정리했고, 기출 문제 안 사례는 보기만 해도 답이 나올 정도로 풀면서 스스로 말로 설명했구요. 답치기 방식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강의를 통해 인풋하였다면, 문제를 통한 아웃풋과 스스로에게 강사가 되어 설명하는 피드백 과정을 통해서 흐름을 잡았습니다.

공법은 50점만 넘자고 목표를 두었기에, 국계법-도시개발법-주택법-건축법만 가져갔습니다. 물론 나머지 단원 강의를 듣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어준선 교수님 강의가 뼈대를 잡고 세세한 부분까지 섬세히 설명하여 채워 주시기에, 기본이론은 끝까지 수강했어요. 그 다음에 버릴 것을 선정했습니다. 한종민 교수님 체계도 특강으로 단원간 비교 암기가 필요한 것을 추리는 과정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중개사법은 시험-중개사무소등록-중개계약으로 이어지는 중개 실무의 큰 흐름을 잡은 후에 세부 사항을 암기 코드로 외우려 했고, 민법과 연계되는 명의신탁 및 임대차보호법을 놓지 않으려 했어요.

공시법은 지적법을 학습할 때, 관련 양식(토지대장, 등기부등본, 지적도 등)에 맞춰 그 양식 전체를 머릿속에 기억하고 문제를 학습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미지를 캡처하듯 머릿속에 넣고 거기서 아웃풋을 내는 게 저는 더 쉬웠으니까요.

세법은 등기법보다 쉽게 이해되고 난이도도 낮게 느껴졌어요. 공시법과 세법에 비슷한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등기법에서 점수를 얻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니 세법에서 취득세, 종부세, 양도소득세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양도소득세는 산출하는 계산문제는 아예 손대지 않았고, 산출 과정 흐름과 공제 기준, 예외 사항을 꼼꼼히 보려 했습니다. 재산세와 종부세는 비교 정리하니 편했습니다. 이번 시험은 불공법이 아니라 불불세법이었으니, 세법을 놓았더라면 어찌 되었을지… 오싹해지네요.

7. 에필로그: 될 일은 된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학습 방법이나 회독 수, 인강 선택 등에서 많은 고민을 했고 스스로를 확신하지 못한 적이 많아요. 합격 후기를 종일 파기도 하고, 해커스 공인중개사 합격 전략 설명회에 질문을 올리면서 하소연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결국은 자기에게 맞는 방법은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더라구요. 바꾸어 말하면 자신의 학습 능력과 집중력, 회복탄력성과 평소 생활하는 성향을 잘 아는 것이 학습 체계를 잡는 데 필요한 유일한 요건이었습니다.

저는 지지부진 오랜 시간 하나에 매달리는 것을 시간과 에너지 낭비라 여기를 성향을 가졌고, 지금까지 업무를 처리하거나 생활에 필요한 소소한 일을 대할 때도 단기간에 몰입하여 하는 방식이 맞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3개월이라는 짧다면 짧은 기간에 공인중개사를 도전하는 데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덜했습니다. 제 자신을 아니, 망설이지 않고 시작할 수 있었고, ‘시간을 더 들여 공부했더라면~’으로 시작하는 후회도 하지 않았고요.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최대 5개월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학습 목표와 전략을 세울 듯합니다. 시간이 길든 짧든, 힘든 부분이나 슬럼프는 마찬가지니까요.

평균 60점 맞으면 되는 시험입니다. 각 과목 60점까지도 필요 없어요. 전략 과목과 점수 배분, 학습 내용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될 일은, 안달복달하지 않아도 도움과 길이 찾아와 이루어 주더라구요. 해커스를 만나고, 해커스의 교수님을 만나고, 많은 이들의 격려와 도움으로 3개월이 흘러왔으니까요.

오히려 시험에만 매달리거나 하지 않고, 아플 때 과감히 쉬면서 제 몸을 돌보고, 슬럼프가 왔을 때 아, 슬럼프구나 인정하니 편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걸어갈 수 있는 힘이 되었구요.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만드는 시험이지만,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33회를 준비하는 모든 분들께도 자연스러운 도움과 길이 이어지를 바라고, 거기에 제가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좋겠네요. 해커스, 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