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퇴, 난 심각한 목디스크 환자, 4개월만에 합격

공인중개사 | 동차 합격 | 박*정 | 40대 | 주부 | 6개월 미만 | 인강 |

공인 중개사 합격 후기

안녕하세요. 32차 공인중개사 합격생입니다.

저는 목 디스크 수술과 남편의 급작스런 은퇴로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선택한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에 대한 솔직한 감정과 노력, 그리고 수고한 자신에 대한 셀프 위로 차원에서 글을 올려봅니다.

약 2년 전 경추디스크 유합술로 목에 나사 6개를 박는 큰 수술을 받은 저는 누구보다 자신했던 건강을 잃었습니다. 산으로 들로 뛰어 다니기 좋아하던 성격에 20년 이상 이어오던 밭 일, 논 일, 도배, 무료 식사 봉사등의 활동도 모두 접게 되었구요. 내 몸조차 추스르지 못하던 회복기를 지나고 나서도 건강은 예전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한 두 시간만 앉아있거나 걸어 다녀도 머리 무게를 견디지 못한 목의 통증으로 인해 수시로 자리에 누워야 했습니다. (나름 소두인데...) 설상가상으로 오랫동안 신경이 눌린 탓인지 어깨에서 팔까지 이어지는 통증도 만만치 않아서 가방에 가벼운 책 한 권 들고 다니기도 버거웠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와중에 올여름 남편의 은퇴를 앞두게 되었습니다. 사실 조기 사퇴라고 해야 맞겠네요. 급작스런 결정 앞에 무력한 저는 스스로 내 자리를 만들어 나가고 싶은 생각에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여러 회사의 무료 인강을 들어보았는데 채희대 교수님의 수업내용이 알차고 귀에 쏙쏙 들어와서 해커스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혼자 준비하기 힘든 시험이라기에 5월 중순에 인강을 신청했는데 막상 수업과목이 어려운 것은 둘째 치고 온 몸에 찾아든 통증으로 인해 이틀 만에 책을 접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그만 두게 된다면 다신 도전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2~3주 후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6월 중순이 넘어서야 수업을 따라가다보니 마음은 급한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는 없고... 답답한 마음에 내가 이렇게 바보였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해커스 실장님은 1차만 준비하는 게 어떻겠냐며 기본강의부터 다 들으려면 시간이 촉박하니 핵심요약수업부터 들으면서 어려운 부분만 기본강의를 찾아 듣는 것을 추천하셨습니다. 물론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힘든 공부를 내년까지 하고 싶지 않기도 했고 그렇게 오래 끌고 갈 건강도 되지 않아 이번 에 꼭 동차 합격할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우선 그 달 진도에 맞게 핵심 요약수업(5~6월 과정)을 들어보니 이렇게 해서는 죽도 밥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듣는 수업이라 더 그랬겠지만 용어조차 알아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 기본이론(1~2월 과정)부터 차근차근 공부해나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제 평소 신념 중에 하나가 급할수록 돌아가라 입니다.)

결정 후 각 과목 수업을 계산해보니 하루 12강 정도씩 들으면 두 달 안에 �i아갈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못 알아들어도 처음엔 넘어갈 부분은 넘어가고 각 과목 교수님께서 이 부분은 꼭 다시 듣기를 해서라도 이해하고 넘어가라는 부분은 지침대로 따랐습니다. 신기하게도 짚어주신 부분들은 다시듣기를 통해 의미가 파악되고 핵심이 보이는 놀라운 순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학개론 신관식 교수님께서 언제 어느 부분을 공부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잘 짚어주신 점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우선 모든 과목에 적용한 공부법은 기본부터 착실하게! 였고 다음은 고른 시간배분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목표가 동차로 확고하다보니 1차에만 집중하지 않았고 이는 공시법, 세법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민법은 기본서 정독을 병행하며 수업에 충실하다보니 3회독쯤부터 대부분의 판례들이 이해되기 시작하며 모의고사 점수가 안정적으로 나왔습니다.

학개론은 최우선적으로 개념 이해를 중시해서 넘어간 후 특강집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전체 내용을 훑어보는 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중개사법은 수업 들을 땐 세상 쉬웠는데 막상 문제가 풀리지 않아 막막했습니다. 2차 과목에서 중개사법으로 점수를 확보해야 된다는데 어찌된 일일까 마음이 급하던 차에 특강 자료집 정답을 가린 채 복습해보았습니다. 다음 모의고사 때 점수가 20점 이상 훅 오르면서 황정선 교수님에 대한 무한 신뢰가 생겼습니다. 문제가 어떤 식으로 출제될지에 대한 감이 잡히기 시작한 것입니다.

공법은 말 그대로 공포법 이었습니다. 몇 번을 들어도 그 법이 그 법 같고 외워도 어느샌가 뒤죽박죽되어 뭐가 뭔지 정리가 안되었습니다. 30점대 점수에 아연실색해서 고민하던 중 공법 체계도를 빈 노트에 그대로 따라 써 보았습니다. 여전히 뭐가 뭔지 모르겠는 기분이었는데도 그 다음 모의고사 성적이 60점대로 올랐습니다. 적어도 시험 전에 체계도만 이해해도 과락은 면하겠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체계도만 한 건 아니고 끝까지 한종민 교수님의 열정 넘치는 모든 수업 과정과 문제풀이에 충실한 결과 본 시험에서 67.5점이 나왔습니다. (가채점 땐 70점대라고 좋아했는데 마킹 오류가 있었는지...)

그리고 의외의 복병이 공시법, 세법이었습니다. 두 과목을 등한시하지 않았음에도 점수가 불안해서 마지막까지 시간 안배를 균등하게 했고 마지막 땐 홍승한 교수님, 강성규 교수님의 총정리 자료를 집중 공략한 결과 72.5점을 받게 되었습니다. 민법, 학개론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다보니 마지막에 소홀했던 경향이 있어 의외로 기대했던 점수에 미치지 못했지만요.

이 모든 과정을 돌아보며 정리하자면 스스로의 이해력을 파악해서 나에게 맞는 수업을 찾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라고 여겨집니다. 먼저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는 빠듯한 시간에도 기본서 강의부터 차근차근 듣기 시작하면서 수업에 충실했던 점이 가장 큰 성공 비결이었다고 봅니다. 또한 교수님들께서 문제를 풀어 주는 것만 들으면 다 풀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중에 보면 기억에 남지 않는 경험을 몇 차례 한 후부터 기출문제 이후의 과정은 정말 토나오도록 힘들어도 혼자 문제를 풀어본 후 교수님들의 풀이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3~4일쯤 지나면 머리 속이 하얗게 비워지는 경험이 계속 됩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그런 과정을 몇 번씩 거치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그리고 교수님들의 수업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고 최선을 다했을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참고로 저는 법률 용어는 물론 부동산 지식이라고는 일도 없는 주부였습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포인트는 타사 참고서나 문제집 등은 일절 쳐다보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듣다보니 수업이 너무 알차서 다른 길을 기웃거릴 필요성을 못 느꼈고 해커스 수업 충실히 듣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빠듯해서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번 도전으로 인해 저는 공인중개사 자격증 뿐 만이 아니라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과 이 정도의 공부와 작업을 해낼 수 있다는 건강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가족과 주변 지인들의 달라진 시선까지...

누군가에게 저의 경험이 좋은 자극이 되고 공부 계획 세우시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써보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힘든 시기 잘 헤쳐나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