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차 합격수기

(1) 공부를 시작하며

우선 처음에 저는 공인중개사를 쉽게 보고 회사를 다니면서 1,2차를 모두 합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2020년 7월 경 정도부터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노후 대비 용으로 좋다는 아버지의 권유도 있고, 저도 관심이 있었던지라 그 동안 눈팅으로 조금씩 알아보기만 하다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2) 첫 해 1차를 불합격하다

제가 다녔던 회사는 9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피크 시즌이어서 매우 바쁜 시즌이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인중개사는 합격하겠지~ 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준비했었습니다.

20대 시절 세무사 시험을 2차까지 오랜 기간 준비하면서 경제학,회계학, 민법에 어느 정도 베이스가 있었기 때문에 가지고 있던 약간은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고 할까요..

그런데 회사에서 10월경부터 엄청나게 바빠지기 시작했고, 야근에 휴무일 출근까지 이어지는 통에 며칠 씩 공부를 건너뛰는 건 다반사였습니다. 회사에 양해도 구했고, 회사에서도 나름대로 배려를 해준 편이었으나, 워낙에 바빴던 시즌이어서 뭔가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3달 반 정도 공부아닌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루었는데.. 당시 시험이 저에게는 체감상 역대급 시험으로 다가 왔습니다. 민법은 그나마 나았지만 개론이 생전 본 적도 없는 내용들이 다수여서 당황하였고, 제대로 시험을 치루지도 못하고 2차도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급하게 시험을 끝내고 나왔습니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1차 불합격.

실패를 겪었지만, 오히려 공인중개사 시험을 만만히 보면 안되겠다는 반성의 의미와 공부를 제대로 안했다는 현실 인정을 하게 되면서 아주 의미 없는 실패는 아니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3) 전략적으로 재차 1차를 준비하다

처음 1차를 준비할 때에는, 공인중개사의 양과 난이도에 대한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1,2차를 한꺼번에 준비하면서, 가뜩이나 회사 일로 시간도 없고 몸도 피곤한 와중에 1/2차 동영상을 기본 강의부터 문제풀이 강의 까지 다 강의를 듣는 바람에 복습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패인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년도는 1차 2과목만 준비하고 2차는 다음해를 노리자는 전략을 세우고 오로지 1차 2과목에만 집중하였습니다. 물론 회사는 여전히 다니면서 말입니다.

다음 해 공부는 대략 2월 경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1차 2과목만 치룬다고 생각한 것 치고는 상당히 이른 시일부터 준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9월 말 이후부터 또 회사가 바빠질 것으로 예상되었고, 이번엔 반드시 붙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비교적 이른 시일부터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충분히 쉴 때 쉬면서도 여유롭게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30대 중반이지만 미혼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구요..

시험을 앞두고는 회사가 엄청나게 바쁘고 야근 요청도 계속 있었지만, 저희 회사는 항상 야근이 개인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회사의 야근 요청, 휴일 출근 요청(대신 대휴 1.5개 이상 지급) 모두 거절 하였습니다. 팀장님에게도 충분히 얘기를 드렸고, 시험 직전에는 총정리하도록 4일의 대휴+연차 연속 휴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 회사가 외국계 회사기도 하거니와 담당 팀장님도 공인중개사를 예전에 준비해봤던 경험이 있으신 분이라서 그러는지 알게 모르게 상당히 많이 배려를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1차 시험을 준비해서 시험을 치루었고, 시험 칠 당시에는 무난하게 풀었다고 생각했는데, 가채점 결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점 60점으로 아슬아슬하게 1차를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1개라도 더 틀렸으면 위험했는데, 간신히 합격한 터라 정말 만만히 보면 안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4) 1차 수강 전략

1차를 공부할 당시에는 첫 실패를 거울 삼아 모든 동영상을 다보진 않고, 기본과 핵심만 강의를 들으며 정리하고 문제풀이 강의는 건너 뛰었습니다. 문제를 풀며 모르는 거나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것들만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전략은 제가 2차 합격 할 때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2. 2차 합격 수기

(1) 2차를 준비하다

1차는 제가 기본적인 베이스는 있었던 민법과 개론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무난했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슬아슬하게 합격하자, 베이스가 없는 2차는 어떻게 공부해야 하지 하는 막막한 생각과 함께 2차에 대한 두려움이 다가 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에 공인중개사가 상대평가로 전환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왕왕 들려왔던 시기여서, 공포감은 더했습니다. 세무사 시험을 2차까지 준비하며 상대평가의 공포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회는 정말 1,2번 밖에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상대평가를 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시행하지 않을 것이기에 당장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들이 많았지만, 상대평가를 당장 시행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상대평가를 염두해 두게 된다면 시험은 갈 수록 어렵게 출제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무조건 빠른 시간 내에 붙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채찍질 하기 위해서라도 당장 상대평가 하지 않으니 괜찮다는 의견은 일단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정도 상황이라면 반드시 올해 붙어야 하고, 인생을 걸어 볼만하겠다고 판단하고 3년 가까이 다녔던 회사를 과감하게 그만두고 4월부터 본격적으로 2차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퇴사라는 과감한 판단도 제가 미혼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는 상태였다면 퇴사는 거의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2) 백수 상태에서 풀 타임으로 2차를 공부하다

4월 초에 회사를 그만두고 바로 독서실을 끊고, 교재를 구입하고, 강의를 사서 본격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마침 그 쯔음 하여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24시간 스터디 카페가 막 오픈한 상태였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에는 새벽까지, 혹은 밤을 새면서 공부에만 몰두하였습니다. 그리고 10월 초순까지 모의고사는 일절 건드리지 않고 과목별로 진도를 빼면서 기초를 다졌습니다.

(2)-1. 1회독

우선 강의를 들으며 강사가 설명해 주는 건 전체적인 그림이 잡힐 수 있도록 모조리 필기 하였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일단 한번 필기를 해놓으니, 필기해 놓은 것을 봤을 때, 전반적인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아 나중에 다시 반복 수강하는 불쌍사는 없어서 좋았습니다. 이 때 문제는 기본서에 있는 예제와 진도별로 뒤쪽에 실려 있는 기본 문제를 풀면서 복습하였습니다.

(2)-2 2회독

우선 기본서에 빼곡하게, 그리고 동영상을 보면서 필기하느라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하게 필기해놓은 것을 요약서를 한 권 사서 깔끔하게 단권화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단권화 하면서 다시 정리하고, 재차 회독 수를 늘렸습니다.

(2)-3 3회독

이 때는 기본서를 버리고 요약서만으로 회독 수를 늘리고, 예상 문제집을 사서 풀었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어서 요약서에 필기를 잘해놓고는 나중에 이게 무슨 말인지 기억이 나지 않거나, 예상 문제집 풀이 시 요약서에 단권화한 내용에 없는 것들이 있었으므로, 이런 경우는 기본서를 국어사전으로 삼아 필요하면 그 때 그때 찾아보는 용도로만 기본서를 활용하였습니다.

(2)-4 일주일 스케쥴

3회독까지 일주일 스케쥴은, 우선 월요일부터 금요일, 아침에 눈뜨면 눈 뜨는 대로 일어나서 밤 11시 30분까지 진도별로 공부를 하였고, 토요일날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공부하며 예상 문제집 풀었던 것 중 틀린 것만 다시 요약을 보지 않고 다시 풀었습니다. 토요일날 틀렸던 것은 재차 체크 표시를 해두고 기본서에서 내용을 찾아 요약서와 예상 문제지 답지에 필기를 해두었습니다. (토요일날에는 반드시 밤 11시 30분까지 하지 않았고, 위에 적어두었던 공부를 마치면 과감하게 집으로 퇴근하였습니다.) 그리고 3회독까지는 일요일에는 쉬었습니다.

보통 11시 30분까지 공부하고 집에 와서는 씻고, 공인중개사 네이버 카페에서 정보를 얻거나 유튜브 같은 걸 하면서 쉬었습니다. 저는 저 스스로 하루에 단 몇시간이라도 쉬는 시간이 없으면 금방 지쳐서 공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잠을 못자더라도 반드시 하루에 얼마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노는 시간을 정해두었습니다.

단, 원칙은 놀면서 게임을 하거나 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보통 새벽 2시경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렇게 생활하다 보면 보통 8시,9시까지 6-7시간자고 일어날 때도 있었지만 11시나 12시에 일어나서 점심먹고 난 이후 독서실에 가게 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그러나 저는 전혀 자괴감이 들거나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스스로가 떳떳했고 늦게까지 잤다는 것은 몸이 그만큼 지쳐있었다는 뜻이었으므로, 몸의 피로감을 위해서라도 자연스러운 수면으로 인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늦게 일어나면 늦게 일어난 대로 "충분히 잤으니 또 집중해야지"하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2)-5 막판 정리

3회독까지 하였을 때 10월 초순~중순이었습니다. 사실 말이 3회독이었지, 어떤 과목 하나 자신 있다라고 할 만한 건 없는 상황이었고, 항상 뭔가 아무것도 안한 것마냥 머리는 텅 빈 느낌에, 문제를 풀면 항상 새로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시험이 다가오자 엄청 불안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까지 시간 재놓고 회차별 모의고사는 전혀 풀지 않았고, 진도별로 예상문제집만 푼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그러나 그 때까지만 해도 회차별 모의고사를 바로 사서 풀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우선, 모의고사는 말 그대로 모의고사라서 시간 관리 목적으로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아직 스스로 내용 정리가 제대로 안되고 암기도 제대로 안되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냥 모의고사만 풀어 답과 문제만 외워버리도록 반복해서 회차별 모의고사를 푸는 것은 결국 답과 문제를 외워서 푸느라,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게 나오게 되는 것으로 인한 자기 만족 밖에 안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0월 20일을 전후한 시점에서야 회차별 모의고사를 풀기 시작했고, 하루에 2회차씩 모의고사를 풀고 답을 맞추고, 답만으로 이해가 안되는 것은 요약서를 찾아보는 식으로 공부를 하였습니다.

이때부터 제가 수강했던 학원에서 알려준 암기법 이외에 유튜브나 네이버 카페의 다른 강사들이 제시한 암기법 같은 것도 찾아다니며 더 쉽게 암기가 될만한 방법을 취사 선택하면서 정리하였습니다.

이 때 회차별로는 기출 문제집 1권, 그리고 회차별 예상 문제집 1권을 구입했으나 시간 관계상 회차별 예상 문제집은 전혀 풀지 못했고, 회차별 기출 문제집만 반복 숙달 하였습니다.

(3) 시험을 보면서

올해 2차 시험을 치루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중개사법,세법,공시법은 무난하였지만 공법은 너무나도 어려웠기 때문에 급 당황스러웠습니다. 사실 공법을 풀면서 제대로 명확하게 알고 푼 게 거의 없다 시피 했을 지경이었습니다.

더더군다나 공법을 풀며 마킹 실수가 있다는 것 뒤늦게 깨달았지만, 불과 1-2분 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수정 테이프는 이미 가방에 넣어버린 상태에서 가방은 교실 뒤쪽에 �暳� 상황이었고, 감독 위원이 가지고 왔던 수정 테이프는 때마침 그 타이밍에 제가 수정 테이프를 달라고 하기 직전 다른 사람이 가져가버려서 수정을 포기하기 까지 했습니다.

결국 공법 과락을 직감하고 이렇게 결국 올해도 안되는 건가 낙담한 상태에서 집에 오게 되었고, 학원에서 가답안들이 올라오고 있었지만, 오피셜 가답안이 올라오기 전까지 그냥 포기한 상태로 푹 쉬었고 반 포기한 상태에서 오피셜 가답안으로 채점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주 놀랍게도 공법에서 52.5라는 예상도 못했던 점수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마킹 실수로 확정으로 하나가 틀렸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사실 공법 문제를 풀면서 정확하게 답을 찍은 것은 하나도 없고, 뭔가 수차례 문제를 풀거나 요약서를 읽으며 눈에 자주 익었던 문장들 위주로 감으로 찍었던 게 더 컸는데, 아무래도 문제집이나 기본서,요약서에서 이게 이렇기 때문에 정답이라고 명확하게 말하지 못했기 ��문에 체감상 어려웠던 것처럼 느껴졌지만, 알게 모르게 그게 다 쌓여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답안 결과는

중개사법 77.5

공법 52.5(마킹 실수 했던 건 틀렸다고 긋고 책정한 점수)

공시법/세법 62.5점 이었습니다.

그런데 공법을 풀며 마킹 실수도 있었거니와, 제출하면서 제대로된 마킹 검사도 못해보고 허겁지겁 냈기 때문에 가답안 결과 합격이 나왔어도 전혀 안도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험을 치룬 후 부모님 일 도와드리고 재취업은 최종적으로 정상 합격이 되면 준비하자, 그동안 고생한 나에게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일 수 있는 휴식 기간을 주자고 생각하고 근 한달을 마냥 안도하지 못하며 기다렸습니다.

그 결과...

이의제기 부분이 받아들여졌던 부분이 있는 것인지 공시/세법이 2.5점이 더 올라서 평균 65점이라는 최종 점수로 확정으로 합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치며

길게 두서 없이 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렇게 합격해서 다행이며, 이제 차근히 앞으로 공인중개 실무를 배우며 이쪽으로 진로를 잡을지, 아니면 일반 회사생활을 할지 충분히 심사숙고한 뒤에 재취업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저랑 처지가 비슷하거나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 달아주시면 보는 대로 확인하고 답글 달아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