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동차합격 감사합니다

공인중개사 | 동차 합격 | 최*현 | 30대 | 퇴직자 | 6개월 미만 | 인강 |

5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5개월동안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강의 수강료 내기 전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5개월 동차합격!> 이런 글들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고 ‘나도 5개월 할 수 있겠지?’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공부인데...

결과적으로는 5개월 만의 동차합격을 이뤘지만, 그 과정이 녹녹치만은 않았습니다ㅠㅠ

가장 힘들었던 건 제일 마지막 주였던 것 같아요.

난 패스 신청하면 오는 책 중 반도 하지 못했는데, 시험이 내일 모레라서 눈앞이 캄캄했거든요. 시험 전 날에는 ‘어차피 돈 넣어놓은 거 시험이라도 보고오자’ 하는 마음이었고, 1차 1교시가 끝난 다음 간단한 점심을 먹으면서 집에 가시는 분들을 보며 ‘나도 그냥 집에 갈까?’ 이런 마음이 들었고, 제 앞의 분이 2차 1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채점하시더라구요.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채점해볼까? 아니야. 채점했다가 1차 평균 60점 안 되면 지금이라도 집에 가야하나?’ 별의 별 생각을 다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날 저녁, 외식을 거하게 하고 집에 돌아와서 방문을 꼭 닫고 채점을 시작했는데, 가채점 결과 생각보다 높은 점수로 합격했습니다.

떨어질 줄 알았는데, 진짜 얼떨떨하고, 그냥 기뻤습니다.

저는 시험과목과 전혀 관련없는 학과를 나와서 노베이스 상태로 시작했습니다.

먼저 1차 과목인 민법은 72.5점 나왔고, 박문호 교수님 수업을 들었습니다.

저는 민법이 가장 어려웠는데, 제가 느끼기엔 민법이란 과목은 턱이 높은 대신 반복해서 하면 하나씩 틀이 잡히면서 다른 과목들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기에, 처음에 모든 과목을 같이 시작했다가, 민법을 먼저 잡고 가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빠르게 민법을 먼저 한 바퀴 돌리고 다른 과목과 병행한 것이 좀 더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수업 중 똑같은 예시를 여러 군데에서 똑같이 들어주셔서 처음 한 바퀴 째에는 뼈대가, 두 바퀴 째에는 전체적인 흐름이, 세 바퀴 째에서는 중간중간 빈 구멍들이 채워지는 것이 실시간으로 느껴지는 수업이었습니다.

교수님 수업의 가장 핵심은 ‘테마 80’책과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시간으로 우리 민법 시험범위의 다른 시험들의 좋은 문제들을 선별해서 풀게하고, 이론에 너무 몰두하느라 ‘빵끗지문’ 책은 사지도 못했지만... 얇은 책 한 권으로 기본서와 요약서를 총망라하는 책이 너무 좋았습니다.

학개론은 82.5점, 신관식 교수님 수업을 들었습니다.

학개론은 처음엔 ‘뭐야, 꽤 쉽고 할만한데?’하고 생각했는데, 뒤로 갈수록 계단식으로 난이도가 상승하더라구요. 하지만 교수님이 수업을 너무 잘 가르쳐주셔서 힘들지만 즐겁게 들었습니다. 특히 이번 시험에선 계산 문제가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나온다고 찍어주신 문제가 다 나왔더라구요. 시험장에서 문제 풀면서 ‘이게 뭐야?’하면서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2차 중개사법은 87.5점으로 황정선 교수님 수업을 들었습니다.

중개사법은 처음 한 바퀴 공부할 땐, 민법처럼 생소한 말이 많지 않아서 쉽게 느껴지는데, 민법이 처음 턱이 높은 대신 공부를 하면 할수록 쉬워지는 반면, 중개사법은 공부하면 할수록 지엽적인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1-4월 강의와 기출강의만 듣고 시험을 보러가게 되었는데, 중개사법은 그 뒤의 수업에서도 틈틈이 새롭게 짚고 넘어가야할 것들이 많아보였거든요. 그래서 제가 가장 걱정했던 과목은 중개사법이었습니다.

33회 시험에선 중개사법이 오히려 쉽게 나와서 제가 공부한 범위 내에서도 충분히 고득점을 획득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공법은 47.5점으로 한종민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습니다.

공법은 강의 듣고 공부하고 다음 강의 들으면 그 전의 강의내용이 머릿속에서 전부 사라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해준 과목인데요. 수업 중간 중간에 교수님이 ‘몇 페이지로 가보세요, 처음 듣는 내용이 아니라 형광펜으로 동그라미 쳐놓은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하는데, 그 사람이 바로 저였습니다. 왜 내 머리는 이렇게 휘발성이 강한지... 과목 자체가 지엽적인 내용도 많고, 숫자도 비슷비슷한데 달라서 그 부분이 조금 힘들었습니다.

어느 강의에서 말씀하시더라구요. 공법이 재밌어도 주 과목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요. 역시 교수님들 말은 무조건 믿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공부하다보니 공법이 재밌어졌는데, 그래도 중요한 것 위주로, 사소한 것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습니다.

특히 이번 33회 시험은 공법이 너무 어려워서 공법을 주 과목으로 잡았다면 조금 힘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공시세법은 67.5점, 먼저 공시법은 홍승한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습니다.

‘토지대장’이라는 단어도 생소한 사람으로서, 수업을 듣기 시작했는데, 수업을 재밌고, 쉽게 가르쳐주셨던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두 번째 돌릴 때는 첫 번째 들었을 때와 달리 ‘오, 꽤 쉬운데?’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교수님이 잘 가르쳐주신 덕분이죠.

마지막으로 세법은 강성규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습니다.

교수님 수업은 음율에 맞춰 고개 흔들면서 외우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쓰고 수업하셔서 교수님의 잘생긴 얼굴을 못 뵌 것이 아쉽습니다.

세법은 사실 ‘다른 과목할 것도 많은데 문제도 적어! 한 바퀴 돌려봤는데, 나중에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하고 끝까지 미루다가 벼락치기 하듯이 한 과목입니다.

이번 시험에서 세법이 공법 다음으로 어렵게 나왔다고 다들 말씀하시던데, 개인적으로는 찍은게 많이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모든 과목의 수업에 매우 만족하면서 수험생활을 견뎠지만, 이번 시험에서는 운도 많이 따라줬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5개월 동차합격’은 생각보다 많이 힘듭니다. 100점 만점에 평균 60점만 맞으면 되는 시험이지만, 생각보다 전체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양이 많고 수업을 들어도 머리에 남아있는 것이 잘 없었습니다. 전업 수험생이 아니시면 더, 베이스가 없으시다면 더, 평소에 공부하는 습관이 없으신 분이시라면 보다 보수적으로 수험기간을 갖고 이 시험에 접근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