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34회 공인중개사 합격생입니다.

2021년 4월, 직장에 다니고 있던 저는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하기로 마음 먹고 공부를 시작합니다.

겁도 없이 동차를 준비했었어요.

어짜피 법조문이고 판례이니 단순 암기겠지라고 생각하며 가장 싼 교재와 인강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런데 2배속으로 해도 너무나도 느리게 말씀하시는 어르신 교수님들이 법조문을 그냥 읽기만 하셔서 공부가 너무 괴로웠습니다.

엄청 두꺼운 기본서를 3회독 하랍니다. 시키는대로 했습니다. 인강도 2바퀴 돌렸고요. 모든 문제집을 다 풀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머리속에 남은 내용은 없는채로 시험장에 가게 됩니다. 하루에 2시간 넘게 하고 막판 한달전에는 새벽 3시까지 공부했습니다.

가열차게 1, 2차 모두 불합격하고 2년차에도 같은 교재로 했지만 또 불합격하게 됩니다.

그 와중에 아이를 봐주고 계시던 어머니께서 건강이 안좋아지셔서 결국 육아가 힘들어져 퇴사를 합니다.

합격후기를 보면 다들 한 번에 동차합격 잘하는 시험을 왜 나만 떨어지는걸까, 너무 괴로웠습니다.

이렇게까지 내가 바보같았나 자괴감이 들었어요.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이대로는 23년에도 떨어질 것 같아서 해커스교재와 인강을 다시 구입합니다.

올해는 반드시 붙겠다는 각오로 1월부터 필사적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이해가 잘 되는거에요.

2년간 이해가 안되었던 개념이 머리속에 정리가 되면서 처음에는 목차가 머리에 들어오고 다음에는 목차별로 키워드가 머리에 들어왔고 다음에는 그 키워드 중 내가 완벽하게 아는 것과 적당히 아는 것과 아주 어려운 것으로 나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1월부터 매일 공부했습니다.

1월부터 6월까지는 하루 3시간(인강 2시간, 1.5배속, 복습 1시간)

7월부터 10월은 하루 8시간 넘게 했습니다.

적당히 하면 안되는 시험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전체 목차가 머리에 들어오니 내가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하는지 알아서 더 무서웠습니다.

샘플강의와 톡방에서 쌤 추천을 받아 교수님들을 선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남들이 다 추천하는 일타강사는 괜히 일타강사가 아니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록과 함께 제가 수강한 교수님의 리스트는 아래와 같아요.

학개론 : 신관식 (개념 완벽 정복시켜줌. 계산특강 최고. 불편하다, 한글이니까 겁먹지 말고, 그건 니가 가르쳐줘야지)

민법 : 양민 (한손노트 최고. 열정적이셔서 보는 재미가 있음. 사례가 이해를 도움. 분필을 내가 먹는 듯한 괴로움, 소리를 내가 지르며 혈압이 오르는 듯한 괴로움, 나는 이해했는데 자꾸 이해 못한 것처럼 혼나는 듯한 괴로움)

중개사법 : 정지웅 (완벽주의자라 논리적이어서 마음이 개비스콘 먹은 것처럼 편안해짐, 현장 수강생들 대답 좀 해줬으면 기도하게 됨. 같이 혼남)

공법 : 한종민 (체계도 최고!! 막판에 그것만 봄.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괜히 물어봤습니다. 정답은 손들고 있으니 살짝 손 잡아주면 됩니다.)

공시법 : 홍승한 (정말 될때까지 반복하심. 어쩌면 그렇게 계속 스마일상이실까. 기분 나빠졌어, 38페이지, 별표 만개 쳐있죠, 우린 어떻게 한다? 될때까지 한다)

세법 : 강성규 (비교도 최고. 막판 요약출력물 최고. 수시부과할 사유가 발생하는 때, 아이, 정말 이거 모르면 안되는데, 제가 그랬다고 했잖아요 여러분)

1년간 너무 매주 만났던 교수님들이라서 정 들더라고요. 매주 너무 준비를 철저히 해오셔서 감사했어요.

9월, 모의고사를 보기 시작합니다.

1차부터 3차까지는 불합격이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4차부터 계속 합격 점수였어요.

그래서 실수만 안하면 합격하겠다는 확신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저는 3수생이었잖아요. 너무 불안하고 무서운거에요. 이번에도 떨어지면 난 진짜 사람들이 바보로 볼거라고 생각하니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어요.

심지어 7월에 산책길에 폭우를 밤새 맞던 생후10일 아기고양이를 구조해서 2시간에 한 번씩 분유먹여 키우느라 아마 점수가 10점은 마이너스 됐을 거에요.

얘를 데려와서 돌보느라 떨어진거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더 열심히 했습니다.

아기가 무슨 죄겠어요. 지금은 4개월차에 건강하지만 처음에 데려왔을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달려가야 할 정도로 아픈 아기였어요.

저와 막판에 새벽을 함께 달렸지요.

시험장은 너무 내게 익숙한 곳이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3번째 간 거니까 적응하고 말고도 없었습니다.

시험 볼 때 느낌이 빡 왔어요. 합격할 것 같다는.

그런데 1차 시험 후 가채점하는데 모의고사에서 80점 이상이 늘 나왔던 학개론이 20점인거에요.

톡방 보니 답안이 이상하다 라는 말이 있어서 이런 불안한 마음으로 2차시험을 보게 되었어요.

그때 진짜 심장 터지는 줄 알았어요. 왜 그랬던 걸까요.

2차 시험 후 차에서 가채점을 하는데 마지막 공시세법이 40점만 넘으면 합격할 수 있는 점수였어요.

차에서 30분 정도 기다렸어요.

30분 후 가답안으로 채점 후 합격 점수를 확인하고 한참 울다가 집에 왔어요.

작년에는 불합격하고 베트남으로 떠났었는데 올해는 해외여행을 안 잡아놔서 아쉬웠어요.

지금은 웹소설을 쓰고 있고요.

내년 11월부터 준비해서 개업하려합니다.

지금은 지망생이라 열심히 써야해서요. 1년간은 집필에 집중해보려고요.

제 나이는 43세인데 적고나니 진짜 많아 보이네요.

옛날에 저는 40세는 진짜 많은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그 나이를 먹고나니 아닌 것 같아요.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고 노력하고 싶은 것이 많아요.

가끔 직장에 다니며 돈을 꼬박꼬박 벌던 때가 그립기도 해요.

대기업에서 18년을 일했고 부장이었는데 너무 쉽게 퇴사한 것은 아닌가 생각도 되지만 후회는 없어요.

공인중개사는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에요. 공부할 때도 너무 즐거웠어요.

매일 중얼거린 말이 "이 과목들은 왜 중고등학교에서 안가르쳐주는거야."였을 정도로

유익한 내용들이 많았거든요.

누군가가 나도 시간이 좀 남는데 공인중개사나 해볼까 라고 한다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말리고 싶어요.

우리 아이는 3년간 공부하는 엄마의 정수리만 봐야했고요.

다른 가족들 누워서 티비 보며 띵까띵까 하는 동안 저는 아무 잡념 없이 책을 펼쳐야 했어요.

3년간 늘 불안해야 했고요.

오늘 외운 것을 내일 까먹게 되는 것을 괴로워야 했어요.

저는 암기도 싫어하고 수포자였고 40대고 집중력도 약해서 3년 걸린거에요.

1, 2년차에 저는 공부를 인강보며 이해 없이 많이 읽으면 저절로 외워지겠지 생각하며 했어요.

3년차에는 공부 대강하지 않았고 모르는 부분 그냥 넘어가지 않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서 될때까지 뿌셨어요.

그래야 합격하는 시험인 듯 해요.

해커스 커리큘럼을 믿고 따라가는 시간이 너무 행복했어요. 

2년간 이해가 안되서 무작정 암기만 하다가 이해하고 암기하니 더 좋았고,

무작정 암기해야 할 부분과 이해를 먼저 해야 할 부분을 교수님들이 딱딱 구분해줘서 진짜 편안했어요.

어쩌죠, 저. 책 버리기도 싫고 교수님들과 헤어지기도 아쉬워서요.

시험 끝나고 다음날 일요일에 심한 몸살이 찾아왔어요. 3주간 기침과 몸살에 시달렸어요.

시험날 안 아팠던 것이 어찌나 다행이던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